김영실의 성형 오디세이

④ 지방이식술의 기술 변천사

영화배우 ‘전도연’을 아시나요? 올해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볼록한 이마에 팽팽한 볼살 그리고 환한 웃음이 유난히 아름다운 그녀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괴물처럼 피골이 상접한 추한 얼굴의 ‘골룸(스미골)’을 기억하시나요? 아마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듯한 못생긴 얼굴의 상징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두 사람의 얼굴이 살이 찌거나 빠지면 비슷하게 생긴다고 하면 과연 이 말이 믿어질까? 지금당장 인터넷 검색창에서 이미지 확인을 해보면 놀라실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젊고 예쁜 얼굴과 늙고 추한 얼굴은 얼굴살 두께 차이에 불과하다는 얘기이다. 즉 볼살만 찌우면 골룸도 전도현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자신의 남아도는 뱃살이나 엉덩이 살의 지방을 이용하여 살이 부족하거나 꺼진 부분을 채워주는 성형 기술을 ‘자가 지방이식술 (autologous fat graft)’이라한다. 자신의 조직을 사용하므로 이물질과는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고, 이식하여 정착된 조직은 평생을 자기의 조직으로 살아가는 아주 훌륭한 시술이다. 다시 말해 살이 찌면 같이 찌고 살이 빠지면 같이 빠지는 자기 살이 된다는 뜻이다.

지방조직을 채취하여, 채에 올려 식염수로 피와 섬유조직을 씻어내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굵은 주사바늘을 이용하여 주입하는 방식을 ‘클래식 지방이식술’이라 한다. 훌륭한 기술적 쾌거이지만 이식된 지방의 생존율이 얼마 안 된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1990년대 말에 미국의 닥터 콜맨과 쉬프만 등은 지방정제에 원심분리기를 사용하여 워씽과정을 배제하고, 주입할 때 끝이 부드러운 캐뉼라를 사용하여 조직손상을 최소화 하는 이런바 ‘미세자가지방이식술(fine autologous fat graft)’을 시행하였다. 그 덕분에 이식된 지방의 생존율이 많이 개선되었다.

2000년대 초엔 스페인의 닥터 아마는 지방층 뿐만 아니라 지방층 밑에서 얼굴 구조의 중요한 역활을 하는 근육층에도 지방을 주입하는 ‘근육층 지방이식술 (facial autograft muscle injection)’을 개발하였다. 근육층은 혈행이 좋아서 이식된 지방이 잘 사는 곳이다. 근육층 지방이식술은 생존율을 한 단계 더 개선했을 뿐만이 아니라 얼굴의 기초구조를 개선하는 뛰어난 시술이었다.

2004년 필자는 닥터 콜맨과 쉬프만 그리고 닥터 아마 등에게 전수 받은 기술을 국내의 환자들에게 시술해오다가, 지방층과 근육층 뿐만 아니라 가장 아래층인 골막층 내에 지방을 이식하는 이런바 ‘전층 지방이식술(all-lay fat graft)’을 개발하였다. 골막층은 지방의 생존이 아주 좋은 곳으로서, 오래전부터 실리콘과 같은 보형물을 넣어오던 곳인데 보형물 대신 자기지방을 이식하니 훨씬 자연스럽고 안정적이었다.  얼굴의 기초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면서 생존율을 현격히 개선시킨 전층지방이식은 지방이식의 영역을 몇 단계 더 넓힌, 단순 함몰 교정 수준을 넘어 얼굴윤곽 전체를 현격히 개선하는 진보된 기술이다.

전층지방이식술은 아직도 부족하고 개선해야할 점이 많지만, 그동안 지방을 이식하는 접근방법들을 집대성한 완성판으로서 우리나라 지방성형 기술의 세계적 쾌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영실 = 국제성형외과전문의 · 창원 티아라성형외과 원장)